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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한국금융신문 F1고정칼럼][2010.03.29] 금융규제의 쓰나미
금융규제의 쓰나미


F1 컨설팅 경제학 박사 이승국

금융위기 이후 다양한 형태의 금융기관 규제가 도입 중
새롭게 도입되는 규제의 영향에 대한 세밀한 분석 필요


가히 “금융규제의 쓰나미”(financial regulation of tsunami)라 할 만하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바젤위원회를 비롯하여 각국 정부나 감독당국들이 앞다퉈 발표하고 있는 금융규제가 쓰나미 수준이다. 금융기관의 사이즈부터 영업활동 구조, 직원 성과급 제도까지 다루지 않는 부분도 거의 없는 듯 하다. 금융위기 시 부실해진 금융기관에 국민의 세금을 쏟아 부으면서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의지와 공적자금 수혈로 한숨 돌린 금융기관들이 다시 보너스를 챙기려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메인 스트리트의 분노가 규제라는 틀로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기관은 수행하는 활동과 파산 시 미치는 시스템적 영향 등으로 인해 일반 기업과는 차별적으로 간주되어야 하고, 고객의 돈으로 엄청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것이 본업이므로 건전성을 감독하고 규제하는 일은 더욱 강화되는 것이 맞다. 더구나,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면 일반 기업과 달리, 국민의 세금으로 구제(bailout)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여기서 우리는 규제가 추구하는 목적과 그 목적을 실현하는 방법의 타당성을 구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왜냐하면 목적이 옳다고 하더라도 방법이 타당하지 않으면 애초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규제의 목적과 방법은 개별 국가의 발전 정도나 처해져 있는 환경(environment)을 고려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바젤위원회 등에서 도입하려고 하는 규제는 기본적으로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자본의 질(quality) 제고, 새로운 유동성비율, 레버리지 비율, 경기순응적 자본버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요건 강화 등이 현재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들 규제를 개별적으로 보면(silo approach), 목적도, 방법도 타당해 보인다. 예를 들어, 자본의 질 제고는 후순위채나 하이브리드 증권 같은 부채적 성격을 가진 자본을 많이 보유한 금융기관들이 지난 금융위기 시 손실흡수능력이 부족했다는 경험에 기초하여 보통주 중심의 핵심자본을 확대하여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는 위기발생 시 금융기관의 파산 위험을 줄여 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외 다른 규제안들도 개별적으로 보면 목적과 수단이 모두 타당성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이들 규제가 너무 개별적으로 수립되어 규제의 중복성 및 이들 규제가 가질 통합적 영향에 대한 분석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레버리지 비율과 새로운 유동성 비율 도입은 상당 부분 중복이 있어 보인다. 결국 두 가지 모두 금융기관이 지나치게 레버리지를 일으켜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를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규제의 목적이 유사하다. 게다가 새롭게 도입되는 유동성 규제는 국공채와 같은 고유동성 자산(High Quality Liquid Assets)을 충분히 보유하도록 요구하므로 이러한 자산 보유는 금융기관의 레버리지를 상당 부분 소모해 버리는 효과를 가져 레버리지 비율 규제와 중복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규제의 도입 효과를 분석할 때 개별 규제가 미치는 영향을 위주로 분석하고 있어 금융기관 건전성, 수익성 등에 미치는 종합적인 효과와 이에 파생되는 거시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즉, A라는 규제 도입 시 국내 금융기관은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다라는 분석은 의미는 있지만 그 자체로는 부족하다. A, B, C, D 규제가 다 한번에 도입되면 국내 금융기관의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고, 은행들은 이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그러한 은행들의 대응이 국가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새로운 규제들이 은행의 수익성에 큰 충격을 주게 되어 은행들의 신용도가 떨어져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와야 한다면 이는 은행의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될 뿐 아니라 가격이전 등으로 금융소비자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애초에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세금을 아껴 사회적 후생을 증진시키고자 도입한 규제가 오히려 그러한 목적에 부정적 영향만 끼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덧붙이면, 이러한 규제의 쓰나미 속에서 아직 외국의 글로벌 금융기관들과 영업규모나 경쟁력 측면에서 떨어져 있는 우리의 금융기관에게 적합한 규제체계가 무엇인지를 폭넓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바젤의 규제를 주는 대로 받아 들이는 대신, 우리가 적절한 형태의 규제체계를 만들어 그들에게 반영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G7이나 바젤위원회에서 결정하면 우리는 그냥 따를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으나,

이제 G20 의장국으로 금융규제 개혁의 Agenda 설정에 참여할 수 있으므로 보다 적극적으로 규제안을 수립하는데 참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금융산업에서 세계를 선도할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은 금융회사 직원만으로 가능하지 않고 시장을 잘 이해하는 규제당국이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2010년 3월 29일 한국금융(www.fntimes.com)
원문 : http://www.fntimes.com/sub/list_view.asp?num=022010032903600&kind=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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