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7.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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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한국금융신문 F1고정칼럼][2009.07.20] 수리적 모형은 한계가 있다

F1컨설팅 컨설턴트 최정현

정교한 수학적 모형이면 리스크가 관리된다는 착각이 위기 초래
리스크는 인간의 판단력과 유연한 사고력으로 판단 하여야 한다


사람들은 대개 ‘리스크관리’라는 문구만 들어도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업무라고 단언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쉬운 분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쉽지 않은 분야를 우리는 점점 더 복잡하고 난해하게 이끌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몇 년 동안 리스크관리 분야의 업무를 하면서, ‘리스크관리’는 기본적으로 단순하고 명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스크’ 분야를 흔히들 수학자나 통계학자들에게 아주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아마도 복잡한 수학 공식을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굴지의 투자은행 파산, 거대 금융기관의 막대한 손실 등 일련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목도하면서 결국에는 수학 공식 하나가 위기의 시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리스크를 즐기는 월가의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싫어하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채권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여러 모기지 채권을 묶어 새로운 채권(부채담보부증권 CDO)을 만들었지만, 복잡성만 더했을 뿐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런데 이러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제거하는 수리통계적 접근법 - 코플라 함수 - 이 등장했고, 이로 인해 투자자금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월가의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예상했다. 하지만 수리통계적 접근법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때의 위험성을 간과했기 때문에 결국 리먼브러더스 등 투자은행들의 파산과 동시에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수학 공식 하나로 불확실성을 계산할 수 있으리라 짐작했지만, 경기가 좋았던 시절의 데이터 및 정보를 기초로 만들어진 모형이었기에 부동산 가격 급락에 대한 기본적인 리스크를 간과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 대표적인 사례는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의 리스크관리상 차이이다. 메릴린치의 리스크관리 담당 임원은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한 파생상품의 투자는 위험하다고 최고경영진에게 경고했지만, 이를 묵살하고 메릴린치는 해당 상품에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1년 후 메릴린치는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 손실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결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되었다.

당시 메릴린치는 시장 지표를 이용한 컴퓨터에 의한 리스크 평가에 큰 비중을 두었고, 이를 객관적이고 신뢰성이 높은 자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오랜 기간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호황을 누렸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게 평가되었다.

이와 달리 골드만삭스는 컴퓨터 공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최고경영자가 리스크관리 담당자들과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하여 회사가 노출되어 있는 리스크를 파악하려고 하였다. 리스크가 지나치게 커졌다고 판단될 경우 회사의 투자 전략을 바꿔야 하는데,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컴퓨터로 계산된 수치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이 보내는 위험신호를 민첩하게 감지하여 다른 투자은행보다 먼저 비우량 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 투자에서 빨리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사실 월가의 금융공학자들은 리스크를 모은 후 잘게 쪼개서 분산하면 안전한 상품을 만들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이를 위해 수년 동안 축적된 자료로 수학적 모형을 만들고, 이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면 부실의 위험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수 많은 파생상품(부채담보부증권 CDO, 모기지담보부증권 RMBS, 신용부도스와프 CDS, 신용연계채권 CLN 등)이 만들어졌고, 거대한 자본을 투자했다. 물론 초반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면서 엄청난 수익률을 보였지만, 결국에 이 수학적 모형이 시장의 폭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진 상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부족한 상태에서 단지 수리적 모형을 이용하면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리스크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할 우려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고 복잡한 현재의 금융시장에서 모든 가정과 현상이 반영된 모형은 있을 수 없음에도 완벽하게 리스크를 계산했다고 착각했던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 나타나지 않았던 변화가 시장에 발생하게 되면, 모형은 이를 충분히 반영한 리스크를 계산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결국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정교한 수학이라도 모든 위험에 대해 정확히 공식으로 만들 수 없음을 반증하는 실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수학이 컴퓨터 발달과 함께 금융 산업 발달에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시장에서 거는 기대와 의존도가 지나치게 컸던 것이다.

시장의 확장과 더불어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이러한 변화들이 발생 즉시 완벽하게 모형에 반영되지 않음은 자명한 일이다. 결국 모형에서 얻어지는 기계적 수치를 보완하여 전문가들의 미래지향적이며 정성적인 판단도 리스크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정보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때로는 시장에 가까운 업무전문가의 판단이 수학 공식으로 계산된 리스크 수치보다 시장 상황을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

최근의 금융산업 위축을 통해 ‘리스크관리’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다시 한번 실감하면서, 그 중의 우선은 역시나 가장 기본인 단순함과 명쾌함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될 것 같다. 복잡한 모형과 수식만이 리스크의 양을 정확하게 계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야말로 복잡한 현실세계에서 가장 ‘리스크’가 큰 착각이 아닐까. 인간이 가진 판단력과 유연한 사고력이 수학적 산식보다 리스크를 정확히 판단할 수도 있다는 믿음이 중요한 것 같다.




2009년 7월 20일 한국금융(www.fntimes.com)
원문 : http://www.fntimes.com/sub/list_view.asp?num=022009072001200&kind=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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