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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한국금융신문 F1고정칼럼][2009.05.04] 리스크관리는 예술인가?
리스크관리는 예술인가?


김동호 F1컨설팅 상임 자문 교수

리스크관리의 성과는 명확하고 개방적인 의사소통에서 출발
기계적인 자료분석 능력보다 통합적인 관점의 통찰력 있어야



필자는 리스크관리 전문 컨설턴트로 6년간 현업에서 근무한 후 현재는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여기서는 과거 현업에서의 실무경험과 현재 대학교에서의 교육경험을 바탕으로 리스크관리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견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 글이 리스크관리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나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 업무 담당자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는 미국에서 통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2000년 초에 귀국하였다. 오랜 시간 동안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통계학 분야에 대해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고분 분투하다가 마침내 학위를 취득하여 귀국한 후, 첫 직장을 구하기 위해 여러 동료와 선후배를 만나 조언을 구하고 정보를 수집하기에 바빴다. 그 당시는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겪은 후 경제가 회복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특히 정부 주도로 벤처열풍이 대단했는데, 벤처만이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모두가 벤처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다. 매스컴마다 어느 벤처가 원천 신기술을 개발했다거나 어떤 벤처기업이 코스닥 등록으로 천문학적인 부를 얻었다는 등의 기사들이 넘쳐났다.

필자도 그런 분위기하에서 어떤 벤처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유망할지를 고민하였는데, 통계학 전공자로서 두 분야가 유망해 보였다. 리스크관리(risk management) 분야와 CRM으로 불리는 고객관계관리(consumer relation management) 분야가 그것이었다. 당시에는 통계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였기 때문에 비교적 좋은 조건에서 리스크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입사 후 회사에 적응하는데 6개월은 족히 걸렸던 것 같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고객사 및 회사 사람들과 업무시간의 절반 이상을 회의로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각종 데이터와 수식에 익숙했던 필자에게 말과 글로 타인과 의사소통 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과정처럼 보였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지닌 사람들이 일정한 목표에 합의하고, 그 목표에 이르는 실질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확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의사소통은 리스크관리 업무영역에 대한 컨설팅뿐만 아니라 최종적인 시스템 구현단계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모호한 의사소통이 계속되는 경우, 컨설팅 결과를 실현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IT전문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으로는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듣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필자는 업무관련자들 간의 명확하고, 개방적인 의사소통이야말로 컨설팅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편, 2000년대 초반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대형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선진 리스크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개별 고객이나 개별 거래를 단위로 하던 리스크관리에서 포트폴리오 차원의 리스크관리로 전환되는 단계였다고 할 수 있다.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금리기간구조모형이나 VaR모형 등 수학 및 통계학에 기초한 방법론이 소개되었는데, 이는 기존 금융기관의 업무담당자들이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통계학 전공자로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논의를 할 때마다 자주 느끼게 되는 점이 있다. 사람들은 통계학이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난해한 수식과 복잡한 분석프로그램이 항상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결과를 산출하리라는 것은 일종의 미신과 같은 것이다. 다른 전문분야와 마찬가지로 통계학에서도 “상식과 경험,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통찰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국내 리스크관리시스템 도입 초기에 수리적이고 통계적인 접근방법에 대한 맹신이 전문가들의 통찰력을 방해하여 오히려 리스크관리 분야의 발전을 저해했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월스트리트의 금융수학자들이 곤혹을 치르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리스크관리체계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에 대한 과도한 맹신도 섣부른 무용론도 모두 경계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리스크관리 분야의 종사자들은 곧잘 “리스크관리는 예술(risk management is an art)”이라는 말을 한다. 필자는 리스크관리가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사소통과 업무협업을 통해 달성된다는 점과 기계적인 자료분석 능력이 아닌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말에 동의한다.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는 개별적인 접근법(silo approach)이 아니라 통합적인 관점(integrated approach)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원활한 의사소통 및 협업을 위해서는 수학 및 통계학 전문가, 업무전문가, IT전문가들의 상호이해와 존중이 전제조건이 되어야 하며, 리스크관리 관련 분야의 교수들과 학생들은 전공지식이 어떻게 현실세계에서 적용될 수 있는지를 깊이 고민하여야 한다.

또한 업무전문가나 IT전문가들도 다양한 관련 분야의 상호관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관점과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하여 협업의 문화를 배양하는 것이 굳건한 ‘과학’의 토대 위에서 ‘예술’적 창의성을 발현하게 만드는 리스크관리의 참된 모습이 아닐까 기대한다.



2009년 5월 4일 한국금융(www.fntimes.com)
원문 : http://www.fntimes.com/sub/list_view.asp?num=0220090504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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