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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한국금융신문 F1고정칼럼][2010.05.31] 불안정성을 가진 금융시스템의 동학
불안정성을 가진 금융시스템의 동학


F1 컨설팅 경제학 박사 이승국

금융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하고 불안정성을 갖고 있어
금융위기의 발생은 자연적 청산과 재생과정의 한부분으로 수용해야


우리는 지난 십여 년간 금융자산 수익률의 정규분포를 가정하는 이론들의 발전과정을 보아왔다. 예를 들어, VaR기법은 정상적인 시장하에서 잠재적 손실을 추정하는데 유용하지만, 이 기법을 그대로 리스크관리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왜냐하면, 기존 VaR 측정기법으로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충격의 규모와 빈도를 정확히 추정 또는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98년에 발생한 LTCM의 파산 및 2008년 서브 프라임 위기는 이러한 관점의 타당성을 현실에서 보여주었다.

영국 FSA의 의장이었던 Howard Davies는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1988년 8월말 하루에 발생한 손실은 LTCM의 VaR 모형에 의하면 80조년에 한번 꼴로 발생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한 손실은 바로 다음 주에 나타났다.”

현재에도 보다 심화된 영역에서 분석을 수행하는 리스크관리자들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작동방식에 대한 이해를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그들이 현실에서 발견하고 있는 것은 금융시스템이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과 이러한 결론이 타당한 과학적 근거를 가진다는 것이다.

자산수익률의 분포가 두터운 꼬리(leptokurtic)를 가진다는 점은 이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익률의 분포가 “두터운 꼬리(fat tail)”을 가진다는 것은 정규분포에 비해 보다 많은 극단치를 가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일일 5%의 잠재손실은 대략 2년에 한번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실제로 관찰된다. 하지만, 만약 수익률의 정규분포를 가정할 경우, 그러한 손실은 오직 천 년에 한 번 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금융시스템을 포함하는 동태적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세 유형의 균형 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고정끌개(fixed attractor)로 이는 중앙의 고정된 지점으로 항상 되돌아오는 볼록한 접시안의 공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 둘째는 주기적 끌개(periodic attractor)인데, 이는 진자(pendulum)와 같이 고정된 두 지점 사이에서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패턴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는 안정균형이나 규칙적인 순환을 따르는 경로상에서 복잡한 진동(complex oscillation)을 만들어낸다.

카오스에서 말하는 이상한 끌개가 존재하는 시스템이 전적으로 불안정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끌개의 영역내에서는 움직임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날씨는 끊임없이 진동하는 불안정한 체계이지만 이는 한정된 범위내로 제한된다. 즉, 싱가포르에는 눈이 올 리 없고, 1월의 영국 기온이 400°C에 달할 리 없다는 얘기는 타당하다. 이상한 끌개에 의한 복잡한 동태적 행태는 계속 안정성(stability)과 불안정성(instability)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시스템에서 발견된다.

모든 리스크관리자들이 읽어 볼만한 책으로 비선형 동학과 카오스이론에 관한 『Ubiquity』에서 물리학자인 저자 Mark Buchanana은 임계상태의 개념과 그것의 함의에 대해 분석하였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임계상태는 모래더미(sand pile)를 통해 설명될 수 있는데, 떨어진 모래들은 더미를 형성하고 더미가 커질수록 측면의 경사는 더욱 가파르게 된다.

실제로 모래더미는 위로 무한히 쌓여갈 수 없는데, 왜냐하면 더해지는 각각의 모래는 붕괴사태(avalanche)의 가능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즉, 무게가 더해지면 미끄러짐이 발생하여 더미는 와해되고, 또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다.

최근 몇 년간의 연구는 지진, 화산, 산불, 전염병, 전쟁 등 예상 불가능한 변동이 발생하기 쉬운 다수의 영역들에 임계상태가 존재함을 밝혀내었다. 금융분석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스템도 이자율, 환율, 주가, 상품가격의 네 가지 가격변동 리스크가 상호작용(더미)을 형성하여 예상이 불가능한 변동(모래더미 붕괴)이 발생하기 쉽다는 실증적 근거들을 발견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시스템이 붕괴 직전의 모래더미와 같은 임계상태에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한, 그것의 발생이 불가피하다(inevitable)는 점을 제외하면 충격이 발생할 특정 시점과 강도에 대해 의미 있는 예측을 한다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다.

이는 임계상태에 대한 이론에 동의하는 리스크관리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Basel Ⅱ와 같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 노력은 분명히 의미 있는 노력이지만, 실증적인 근거들은 소규모의 금융위기의 발생은 필연적이며, 그러한 위기를 자연적 청산과 재생과정의 한 부분으로 수용해야 함을 제기하는 것이다.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자연적 동학을 억제하는 것은 장기(long term)의 관점에서는 매우 부정적인 결과들을 가진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글로벌 경제시스템의 약한 고리인 PIGS 국가들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꾸 모르핀에 의존하는 대책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지켜볼 일이다.




2010년 5월 31일 한국금융(www.fntimes.com)
원문 : http://www.fntimes.com/sub/list_view.asp?num=022010053103700&kind=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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